플랫폼 기반 콘텐츠 마케팅
Q. 피키캐스트에서 시작한 ‘플랫폼 기반 콘텐츠 마케팅’의 장점이 있다면요?
플랫폼이 기반인 콘텐츠 마케팅의 목표는, ‘플랫폼에 들어오면 이렇게 많은 콘텐츠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후킹하며 유저들을 모으고, 그 트래픽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당시 스낵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는 피키캐스트와 딩고가 양대 산맥이었는데 피키캐스트는 APP 플랫폼을, 딩고는 소셜 플랫폼을 선택했어요. 즉 피키캐스트는 자체 플랫폼 안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홍보한다면, 딩고는 소셜 채널(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홍보한 거죠.
장단점을 생각해 보면, 피키캐스트처럼 자체 플랫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곳은 어쨌든 서비스를 지속 유지해야 된다는 것에 우선순위가 높죠. 지속적으로 트래픽 비용이 발생하고, 광고를 집행하기에 앞서 플랫폼 자체가 사용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플랫폼이어야 되니까요.
그와 다르게 딩고가 활용하는 소셜 채널은 확장성이 있어요. 소셜 채널의 활성 사용자 수가 자체 플랫폼 대비 훨씬 많기 때문에, 콘텐츠 바이럴 측면에서 장점이 커요. 반면 소셜 채널만의 자체 알고리즘이나 오류 등에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요.
다시 말해, 피키캐스트는 콘텐츠의 성장이 곧 플랫폼의 성장인 곳이었어요. 그래서 제게는 콘텐츠 자체가 등한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피키캐스트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에디터는 200명, 채널은 4~500개 정도였어요 (이걸 마케터 2명이 담당했죠). 수많은 콘텐츠 중 선택 받는 건 정말 소수예요. 사람들은 썸네일 타이틀만 보고 선택하니까요. 저는 마케터로서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택받게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콘텐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걸 동료와 함께 하는 게 즐거웠어요.
OSMU의 세계로
Q. 마케터로서 광고를 집행할 때 자체 플랫폼의 한계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피키캐스트에서 카카오페이지로 이직한 이유는요?
피키캐스트에서 일하는 게 재밌었지만 돈 버는 BM이 부족했어요.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이 늘어나긴 하지만, 그만큼 에디터들의 성향이 명확한 편이라 광고를 넣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동일한 시장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곳을 찾다 보니 카카오페이지에 가게 됐어요.
카카오페이지에서는 단순히 소설 작품에 그쳤던 콘텐츠가 만화와 영상으로 만들어지며,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사이클이 생긴다라는 걸 처음 보게 됐어요. 원천 콘텐츠와 2차 콘텐츠가 존재하는 OSMU (One Source Multi Use, 원 소스 멀티 유즈) 세계를 알게 된 거죠. 예를 들어 디즈니 마블이랑 콜라보를 진행했어요. 마블이 단순히 영화를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라, 영화를 기반으로 배우 관련 콘텐츠, 음원, IPTV, 굿즈 등 2차, 3차 수익을 벌고 있더라구요.
직무 관점에서는, 콘텐츠 마케팅이나 브랜드 마케팅 등 정말 다양한 마케터의 업무 영역이 있는데,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며 이직을 했어요. 피키캐스트에서는 바이럴/퍼포먼스/제휴 중심이었다면, 카카오페이지에서는 IP 콘텐츠를 기반으로 서비스/캠페인/브랜딩/브랜드/PR 등 올라운더 마케팅을 진행했어요. 당시 개발 분야에서도 ‘풀스택 개발자'라는 단어가 유행했는데, 올라운더 마케팅이란 쉽게 말해 뭐든지 다 한다는 거죠. 제휴도 하고 퍼포먼스도 하고 온라인도 하고 캠페인도 하고 TVC(TV 광고)도 하고…
Q. IP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생소한데요. 일반적인 마케팅 업무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예를 들어, 브랜드 마케팅은 어떤 대상이 소비자에게 특정한 이미지로 인식되게 만드는 일이에요. 콘텐츠 마케팅은 어떤 대상을 알리기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는 일이죠.
그렇다면 IP 마케팅은 뭘까요? IP는 Intellectual Property의 약자로, 지적재산권이라는 뜻이에요. IP 마케팅은 지적재산권을 가진 콘텐츠가 대상이 되어 그 콘텐츠 자체를 널리 알리는 일이에요. 마케팅을 하는 대상이 다를 뿐, 마케팅을 한다는 건 콘텐츠 마케팅과 동일해요. 다만 집중해야 하는 대상이 콘텐츠이니 콘텐츠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해요. 예를 들어 웹소설에 대한 IP 마케팅을 한다면, 웹소설의 스토리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죠.
직무적인 차이를 봤을 때, 일반적인 콘텐츠 마케터는 어떤 대상을 홍보하기 위해 별도 콘텐츠를 제작해 마케팅을 진행해요. 반면 IP 마케팅은 IP를 홍보하기 위한 프로모션을 기획하죠. 홍보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유관 부서와 협의하며 자연스럽게 PM의 역할을 하기도 해요.
하고싶은 것, 즐거웠던 것, 하고싶지 않은 것
Q. 프로모션 기획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면, PM으로 직무 확장을 하셨던 셈이네요. 샌드박스에 이직하셨던 이유와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그 당시 사회 생활 선배님들을 찾아다녔었는데, 5년차였던 저에게 ‘그 동안 해 왔던 일 100가지 적어 보기’ 숙제를 내주셨어요.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거든요. 근데 되게 어렵더라구요. |